위코니 치약

입이 즐거운 이야기

인스턴트 말고 원두커피를 즐기세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코니 작성일16-06-02 14:55 조회3,910회 댓글0건

본문

커피 로스팅에 관하여..

*주의*
이 방법은 로스터라는 전기 달리고, 가스나 전열기 붙어 있는 고가의 기계
(보통 천만원대에서 수억원 하는 기계)를 돌같이 여기는 쩐없는 서민의 방법이니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지위가 있는 분들께서는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1. 준비 사항
  먼저 Green Bean이라고 하는 녹색의 볶지 않은 커피 원두를 구입하십니다.
  이너넷이라 하는 돈 빨아먹는 곳에 생두, 그린빈, 원두 수입 등등으로 검색하시면,
  생두를 수입해서 이너넷으로 판매하는 수 많은 회사들이 나옵니다.
  가격은 대략 커피 두잔 값에서 열잔 값(물론 별다방이나, 콩다방 커피 기준)이면 1kg 정도
  구하십니다.
  구매하시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중앙아메리카, 동남아시아에 대한 지오그래피컬한 지식의
  확장이 일어납니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말고도 세상에 모르는 나라가
  무척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예가체프, 케냐AA, 무슨무슨 마운틴 등등 난해한 지역 이름이 나오는데, 선택은 취향.
  결정장애 있으신 분은 인기순으로 또는, 행사해서 저렴하게 파는 것 구매하세요.
DSC_0132.JPG

생두가 준비되면 프라이팬을 준비합니다.
중국 프라이팬 같이 둥그렇고 좀 깊은 놈이 편합니다.
납작한 놈은 주걱질에 약간의 기술을 요하기에..
아, 주걱도 필요한데 가급적이면 나무주걱이 좋은 것 같습니다.
DSC_0134.JPG

아주 오래전 옛날 옛적에 이디오피아나 예멘에서 커피 먹던 목동이나 수도승에게 로스터나
전동그라인더가 있었을 리가 없었겠죠. 그래도, 그들이 커피를 마셨다면 당근 커피 열매 따서
씻고, 말리고 볶아야 했을 겁니다. 지금도 커피열매 따서 씻고, 말리고 합니다. 그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변한 것 하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볶는 것은 대부분 공장에서
거대한 기계가 하고, 커피전용 포장지에 담아 대형마트에서 판매합니다.
아니면, 중소형 커피로스터가 볶은 것을 카페나 빵집, 레스토랑에 공급하고 바리스타라는 전문직
커피 추출하시는 분이 뽑아준 것을 엄청난 거액을 들여 마시게 되죠.

커피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책도 많이 나오고, 강릉시 같은 경우 그 촌구석에 카페가 즐비합니다.
남들 다 커피 마시니 의무감에서 커피 마시는 일도 생깁니다. 쓴 맛에 익숙하지 않음에도
촌티난다는 소리 들을까봐 설탕 넣지 않고, 사약받은 표정을 감추며 향이 죽인다는 소리 해 가며
고문 당하는 일도 생깁니다.

하와이안 XX, 파란마운틴, 고양이배설물커피라고 비싼 놈이라며 맛 있지 하며 주는 커피
(그런데, 그 비싼 커피를 아낀다고 묵혀둬서 향은 다 날아가게 만들고는) 억지로 먹으면서
엄지손가락 올리게 만드는 분들도 계십니다.

취미는 뽀대라 생각하지만, 커피 마시는 일에서는 뽀대가 아니라 솔직함이 고문을 당하지
않는 방법일 것입니다.

더 좋은 설비와 기술로 훌륭한 로스팅을 할 수 있겠지요.
저의 사무실 바로 아래 로스팅 업체만 두 군데 있어서 언제든 훌륭한 커피를 구해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커피 볶아 먹는 이유는 신선함 때문입니다.
아무리 최고급 원두와 훌륭한 설비로 로스팅을 하였다고 해도, 이놈이 오래되면 갓 볶은 커피를
당할 수 없습니다. 물론, 볶는 날의 컨디션에 따라 맛의 기복이 있는 것은 감수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로스팅 기계 개발하는 친구의 모르모트가 되어서 이것 저것 실험을 해 봤습니다.
심지어 전자레인지에 로스팅 하는 방법, 오븐에 구워보는 방법, 화덕에서 굽기, 참숯불에
볶기, 돌그릇에서 로스팅 하기... 등등  결론은, 걍 프라이팬에 일주일내 먹을 만큼 소량을
그때그때 볶는게 저로서는 최선이었습니다.

볶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깨 볶듯이 계속 저어주면 됩니다.
다만, 연기가 장난 아니게 발생하므로 배풍기, 레인지후드, 창문과 선풍기 등 연기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열원은 가스불이 제일 좋습니다. 온도 조절도 되고 화력도 좋고 무엇보다 프라이팬을 돌리고,
들고, 까불고 할 수 있습니다. 할로겐은 그나마 낳은데, 인버터는 프라이팬이 들리는 순간
삑삑거리고 다시 붙이라고 해서 좋지는 않습니다.

프라이팬 무거운거는 팔 아프니까 가급적이면 가벼운게 좋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녹색이 변할 것 같지 않지만 한 3-4분 계속 저어 주시면 슬슬 누렇게 변합니다.
그러다 조금 더 지나면 따닥따닥 소리가 나며(1차 팝핑이라) 볶이는 소리가 납니다.
차츰 녹색이 사라지고 갈색으로 변하면 이때부터는 먹을 수 있습니다만, 아주 신 커피가 됩니다.
고소한 맛이 적고 상큼한 커피가 되는데, 일반적으로 선호되는 맛은 아닙니다.
점점 색갈이 진해지는데 점차 신맛이 없어지면서 쓴맛과 구수한 맛이 진해집니다.
이와 관련되어서는 책 한 권이 되는 내용인데(원산지, 커피수확시기, 온도 등등에 따라 어느
정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수천가지 조합이 생기므로), 여기서는 보기 좋은 정도
그리고, 냄새가 맘에 드는 때 정도를 맞추어 자기 기준과 데이터를 만들어야죠.

다 볶고 나면 밖으로 나가시거나 베란다로 나가서 부채나 선풍기로 열을 식혀 주면서
볶는 과정에서 분리된 껍데기를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이게 은근히 귀찮습니다.)
충분히 식으면 밀폐용기에 저장하시면 됩니다.
저의 방법은 비닐에 공기를 최대한 빼고 하루치씩 묶어서 두는 것입니다.
질소 충전기가 있으면 좋겠죠. 볶은 커피의 최대 적은 산소인 것 같습니다.
최대한 공기 접촉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하시길....
DSC_0135.JPG

그 다음 그때그때 갈아서 드시면 됩니다.
절대 미리 갈지 마시길...
DSC_0137.JPG

커피를 가는 순간에 향이 날아가기 시작합니다.
될 수 있으면 믹서기 형태보다는 멧돌 형식을 쓰는 기계를 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종류의 기계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맛 있는 커피가 있는 일요일 오전이 되기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